
보랏빛 물결 따라, 마음이 머문 숲
지난해 여름, 아무 계획 없이 걷던 어느 날.
우연히 들어선 숲길에서
나는 세상이 멈춘 듯한 풍경과 마주했습니다.
소나무가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깊은 숲.
그 아래로는 마치 물결처럼 넘실대는
보랏빛 꽃들이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.
순간, 시간도 마음도 모두 멈춘 듯했지요.
햇살은 나무 사이로 조용히 스며들고,
바람은 꽃 사이를 살짝 흔들며 향기를 실어왔습니다.
나는 아무 말 없이 서서
그 숲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.
그날의 공기,
그날의 냄새,
그날의 빛과 바람은
사진 속에는 담기지 않았지만,
내 마음 안에는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.
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
그 여름의 숲은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주었고,
보랏빛은 내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걸어왔습니다.
“잠시 멈춰도 괜찮아.”
길지 않은 시간,
그저 잠깐 스쳐간 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.
하지만 그 숲에서 보랏빛 물결을 따라 걷던 기억은
여전히 내 안에 고요하게 살아 있습니다.
가끔은 그런 풍경이,
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.
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,
마음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순간.
이제 다시 그 길을 걸을 수는 없지만,
사진 한 장, 기억 하나로도
나는 다시 그곳을 떠올립니다.
지금 이 계절 속에서도
그 숲은 여전히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 같아요.
보랏빛 물결 따라,
내 마음이 또 한 번 머물기를 바라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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